Lilly Eat Machine
릴리 잇 머신
릴리 잇 머신의 음악은 종종 어떤 낙하처럼 느껴진다. 슈게이즈의 안개 낀 질감 위에 포스트 펑크 혹은 얼터너티브의 날카로움을 깔아둔 이들의 음악은 청자를 꽤나 어두워서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 구덩이로의 추락 속으로 끌어들인다. 심지어 첫 정규 앨범 『우리는 불연소의 여름에 갇힌 채 밤을 맞고』(2023)에 담긴 시끄럽고 약간은 처절하기까지 한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, 그 낙하 끝에서 마주할 바닥은 심지어 왠지 모르게 질척거릴 것만 같다. 그러나 그게 마냥 싫지만은 않다. 오히려 그래서, 아이러니하게도 릴리 잇 머신이 들려주는 소리들은 때론 위로가 된다. 이미 세상도 충분히 이상하고 시끄러우니까.
글 | 전대한
